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가 한창 재개발중이다.
나와 나이가 같은 1980년생. 나는 이 곳에 6살때 이사를 와서 17살이 될 때까지 살았다.
그 이후에도 둔촌아파트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독서실에 가며, 교회에 갈 때나 친구를 만날 때 항상 내 삶의 배경이었다.
어린 시절을 한 곳에서 오래 보낸다는건 정말 좋은 일이다. 둔촌아파트가 너무 좁아져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며칠 뒤, 나는 등교길에 "이 곳이 내 고향이구나" 란 생각을 했고 오랜 시간을 산 장소가 주는 그 안정감의 존재를 그 곳을 떠나가며 깨달았다.
당연히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었다. 둔촌동이 긴 협상기간을 지나 결국 본격적인 재건축에 들어가자 둔촌아파트를 고향이라 생각해 아쉬움을 간직한 사람들의 여러가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집의 시간들이라는 독립영화, 김민지 작가님(ㅋㅋ)의 책, 달력, 도장 등 여러가지 굿즈와 이벤트 등.
이런 트렌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미디어에서도 몇번 다뤄지는 걸 보았다.
둔촌아파트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해 이 곳을 고향으로 인식하게 한 걸까?
우리 가족은 2016년에 캐나다에서 돌아온 뒤 쭉 성내동의 아파트에서 살았다. 이 곳은 시장도 가깝고 은재민재 유치원/어린이집도 가깝고 주차도 널럴하고 쓰레기도 24/7 버릴 수 있는 여러가지 장점을 가진 아주 맘에 드는 곳이다. 허나 두 아이가 맘껏 놀기엔 좀 작아서 이사를 가야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다. 옆 2단지는 주차가 헬이고, 다른 곳은 비싸고 ㅠㅠ
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한 곳에 오래 사는 것이 좋진 않은데, 나의 아이들에게도 내가 누렸던 그 안정감을 주고 싶다. 다음 이사가는 곳, 또는 그 다음은 좀 오래 살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아파트가 아닌 목조주택을 사거나 짓는 것도 생각해보았다. 층간소음없음, 마당, 옥상, 테라스 등을 누리는 대신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 서울 등 도심에 주택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체로 시골이다. 그래서 벌레가 많다.
- 같은 이유로 교통이 안 좋다.
- 같은 이유로 근처에 학교/유치원이 없다.
- 같은 이유로 근처에 마트나 시장이 없다.
근처에 영화관, 몰 같은 문화 시설이 없는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 마트나 유치원 등이 가깝지 않은건 치명적이다. 게다가 나는 한국은 보행자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등/하교길이 얼마나 안전한지도 보게 되는데 그 점에 있어서도 집/학교가 대체로 먼 시골은 몹시 안좋다.
게다가 부동산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라 잠시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 와버렸다.
이젠 좀 구경해보지 뭐 라는 심정으로 보고 있긴 한데...
우린 다음에 어디서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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