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6일 월요일

밤9시의 전화


9PM, 회사에서 일하는데 은재가 전화해서
"여보 어디세요~ 빨리 오세요 보고싶어요~"  
라고 하는데 귀여워서 심장마비 오는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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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8일 금요일

오늘의 남매


형제자매가 늘 그렇듯 은재와 민재도 요새 자주 싸운다. 사실 나는 출근때문에 오후에 싸우는 모습은 못보고 아침에 보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이 그랬다. 내가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싸우는 방식이 사뭇 다른데 (수정이가 몰래 녹음해서 들려줬다), 내가 있는 오늘 아침같은 경우 나를 향해 울며 상대를 혼내주길 기대한다.

아침에 내가 일어나 아이들에게 줄 우동을 끓이고 있는데, 민재가 잉 울기 시작했다. 소파에 은재민재가 일렬로 누워있는 상태였는데 민재 머리를 은재가 발로 찼다는 것.

사실 은재 민재중 상대에게 사과를 많이 하는 쪽은 민재이다. 민재가 이미 힘도 세고 조절은 안돼서 누나를 밀거나 때리는 일도 많기 때문. 은재가 상대를 때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민재가 혼나기도 많이 혼나서 민재는 사과를 하는 경험을 많이 했으나 은재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다.

이번엔 은재가 실수로 민재 머리를 후드려 깠으므로( ;;; ) 은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은재는 몇 번의 못들은 척 후 끝내 미안하다고 하며 장난을 걸었다 -- 자세히 묘사하자면 "미안해 똥꼬!"라고 하는 것이다 -- .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사과하며 장난치는 것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굴욕적인 사과가 싫은 것이다. 또한 무서운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함이다.

둘이 다시 하하호호 놀다가 이번엔 민재가 아이패드를 은재위로 떨어뜨렸다. 물론 높은 곳에선 아니고, 은재가 놀라긴 했으나 다칠 정도는 아닌 수준. 은재는 와앙 울기 시작했고, 난 똑같이 민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민재가 잘못한 뒤 사과 않고 고집 부릴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민재는 얼굴을 돌리며 사과를 거부했고, 내가 "미안하다고 해야지?" 라고 부드럽게 설득하던 와중에, 민재가 은재 손을 밟아버렸다. 은재는 또 와앙 울기 시작했고, 나는 이번엔 강한 어조로 민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랬더니 민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아악! 하고 소리를 내지르고 계속 우는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폭발하는 것 같은, 나는 처음 보는 울음이었다. 그렇게 억울했을까...

거실에 두 아이의 울음이 울려퍼지고...

나는 처음 보는 상황이었으므로 일단 둘 다 혼내주었다. 은재야 그렇게 울 정도로 아픈 일 아니야. 민재야 잘못했으면 누나한테 사과해야지.

둘 다 들은척도 안하고 우는 와중에 체고존엄 수정이가 나와 둘을 달래주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울음화재는 8초만에 진압되었다.

둘은 다시 우동을 먹으며 웃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의 실패한 싸움 진압은 수정이에 의해 수습되었다.



내가 없을 때의 둘의 싸움은 굉장히 논리적이다. 문제는 민재가 은재보다 두 살 어려 말빨이 후달린다는 것이다. 은재가 '나는 열도 나고 아픈데 너는 왜 누나한테 이렇게 해' 라며 하나하나 따질 때, 말을 누나처럼 잘하고 싶은 민재가 할 수 있는 것은, 누나 말을 따라하는 것이다. 민재가 같은 나이일 때의 은재보다 말을 훨씬 잘하지만, 진검승부에서는 언제나 현재 기준 아니겠는가?

두 아이가 서로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참 안쓰럽다. 은재는 한창 아가일 때 동생이 태어났고, 민재는 은재가 혼자 받았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고. 물론 대부분의 시간은 둘이 잘 지낸다.

얼른 휴가가서 놀아주고 싶다. 물론 막상 놀아주는 시간엔 금방 지치지만.

2019년 6월 21일 금요일

Marie Digby - Spell





정말정말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대학 시절 즐겨보던 미드 Smallville에서 처음 들었는데, 이 곡이 나오는 장면은 아래


Smallville은 슈퍼맨 Clark Kent의 어린 시절이 배경인 시리즈인데 스토리는 정말 단순하다. ㅎㅎ 슈퍼맨 팬이라면 즐거울 장면이 많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남주여주가 정말 멋있고 예쁘다. OST 선곡도 정말 잘해서 좋은 노래가 많이 나온다.

간만에 Spell을 듣고 기분좋아서 써봄

2019년 6월 14일 금요일

4년 전 David Drive


우리가 살던 집 앞과, 스트릿뷰에 찍힌 내 차

해는 정남향에 있는걸 보니 점심즈음인데 차가 집에 있는걸 보니 주말 같다.

벌써 Vancouver를 떠난지 3년이 넘었다니.. 식상하지만 시간 참 빠르다.

The road not taken

2019년 3월 17일 일요일

Lion King


완벽한 화음만으로도 눈물이 날 수 있다니 ㅠㅠ

누구나 하나씩 있는 최애 디즈니가 내 경우 미녀와 야수이다. 초등학생의 나는 미녀와 야수의 색감과 음악이 너무 좋아서 CD를 계속 돌려 들었다. 결국 모든 트랙의 가사까지 외웠고 지금도 다 부를 수 있다. 이 때는 홍콩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인데, 이 걸 통째로 외운게 영어 공부에 엄청난 도움이 됐다. 지금도 영어 듣기 어떻게 하면 좋을까란 질문을 가끔 듣는데 그 때마다 해주는 얘기가 디즈니 사운드트랙을 통째로 외우라는 얘기이다. 성우라 발음도 좋고 노래도 좋고 뭐.. 어른들한테 해도 되는 조언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내겐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니까.

라이온킹은 일단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서(..) 별로였다. 게다가 사자는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데 백성 잡아먹는 왕이 말이 되나 싶었다.  (이제보니 이거 몹시 현실적이네) 그래서 수정이가 내한한 라이온킹 뮤지컬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 수정이나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갔는데.. 이게 웬일? 첫 씬이 모든 동물들이 나주평야 발발이 치와와를 외치며 관객석을 지나가는 씬인데, 정말 화음이 너무너무너무 완벽했다. 사방에서 들리는 완벽하게 제어된 사운드에 완벽한 화음을 들으니 진짜 갑자기 눈물이 펑펑 흐르는데, 엄청난 경험이었다. 첫 씬만 다시 볼 수 있다고 해도 그 비싼 티켓값이 아깝지 않겠다. 너무 좋아서 youtube 등에서 찾아봤는데 역시 스피커와 현장은 다르다 ㅠㅠ (https://www.youtube.com/watch?v=ewOAsUWQJvo)

나중에 찾아보며 알았지만 음악이 또 한스짐머옹이다 😍좋아서 찾아보면 죄다 이 아저씨네

다음에 기회되면 또 봐야지.

2019년 2월 27일 수요일

Hometown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가 한창 재개발중이다.

나와 나이가 같은 1980년생. 나는 이 곳에 6살때 이사를 와서 17살이 될 때까지 살았다.
그 이후에도 둔촌아파트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독서실에 가며, 교회에 갈 때나 친구를 만날 때 항상 내 삶의 배경이었다.

어린 시절을 한 곳에서 오래 보낸다는건 정말 좋은 일이다. 둔촌아파트가 너무 좁아져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며칠 뒤, 나는 등교길에 "이 곳이 내 고향이구나" 란 생각을 했고 오랜 시간을 산 장소가 주는 그 안정감의 존재를 그 곳을 떠나가며 깨달았다.

당연히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었다. 둔촌동이 긴 협상기간을 지나 결국 본격적인 재건축에 들어가자 둔촌아파트를 고향이라 생각해 아쉬움을 간직한 사람들의 여러가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집의 시간들이라는 독립영화, 김민지 작가님(ㅋㅋ)의 책, 달력, 도장 등 여러가지 굿즈와 이벤트 등.

이런 트렌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미디어에서도 몇번 다뤄지는 걸 보았다.
둔촌아파트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해 이 곳을 고향으로 인식하게 한 걸까?

우리 가족은 2016년에 캐나다에서 돌아온 뒤 쭉 성내동의 아파트에서 살았다. 이 곳은 시장도 가깝고 은재민재 유치원/어린이집도 가깝고 주차도 널럴하고 쓰레기도 24/7 버릴 수 있는 여러가지 장점을 가진 아주 맘에 드는 곳이다. 허나 두 아이가 맘껏 놀기엔 좀 작아서 이사를 가야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다. 옆 2단지는 주차가 헬이고, 다른 곳은 비싸고 ㅠㅠ

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한 곳에 오래 사는 것이 좋진 않은데, 나의 아이들에게도 내가 누렸던 그 안정감을 주고 싶다. 다음 이사가는 곳, 또는 그 다음은 좀 오래 살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아파트가 아닌 목조주택을 사거나 짓는 것도 생각해보았다. 층간소음없음, 마당, 옥상, 테라스 등을 누리는 대신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 서울 등 도심에 주택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체로 시골이다. 그래서 벌레가 많다.
  - 같은 이유로 교통이 안 좋다.
  - 같은 이유로 근처에 학교/유치원이 없다.
  - 같은 이유로 근처에 마트나 시장이 없다.

근처에 영화관, 몰 같은 문화 시설이 없는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 마트나 유치원 등이 가깝지 않은건 치명적이다. 게다가 나는 한국은 보행자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등/하교길이 얼마나 안전한지도 보게 되는데 그 점에 있어서도 집/학교가 대체로 먼 시골은 몹시 안좋다.

게다가 부동산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라 잠시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 와버렸다.
이젠 좀 구경해보지 뭐 라는 심정으로 보고 있긴 한데...

우린 다음에 어디서 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