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9일 화요일

은재의 첫 치과치료

 은재가 오늘 첫 치과 치료를 받았다.

눈물은 그렁그렁 했지만 치료가 끝날 때까지 속박의자 안에서 울지않고 주먹만 꼭 쥐고 있었다.

천정 스크린을 보고 있는 은재에게 아빠 여기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발치에서 발을 계속 어루만져주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아이고 ㅠㅠ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20년 8월 23일 일요일

주인공

내 옆에 꼭 붙어 두 손을 베고 잠든 너

네가 이 세상으로 와 내 품에 안기던 그 날 아침은

이 세상의 주인공이 나에서 너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빠가 사준 인형"을 항상 안고 자는 네가

더이상 나에게 놀아달라고 하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화면이 항상 주인공을 비추듯 널 바라볼거야

처음 널 바라보던 그 날 아침, 나를 부숴버린 그 힘으로

세상의 맞바람을 밀어 내고 나아갈거야


2020년 6월 16일 화요일

아버지와 컴퓨터



부모님께서 처음 내게 사주신 컴퓨터는 1990년 초등학교 4학년 때 받은 컴퓨터이다.  브랜드는 기억 안나고 16비트 MS-DOS 운영체제였다. 컴퓨터학원에서 GW-Basic 언어로 도형그리기 같은걸 배웠고, 소리내는 함수 이용법도 배웠던 기억이 난다. 소리 기능을 이용해 엄마가 좋아하시는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의 멜로디를 짜서 들려드렸고,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멜로디만 있는 단순 8비트 사운드였지만 얼마나 칭찬을 해주시던지, 또 칭찬은 어찌나 기억에 잘 남는지!

물론 나중엔 이 컴퓨터로 이 게임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다음으로 부모님이 사주신 컴퓨터는 아마 1996년(고1) 정도였던 것 같다. 브랜드는 삼보였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고, 검은색 외관을 가진, 펜티엄1을 단 기기였다. 운영체제는 Win95와 MS-DOS를 오가며 사용했고, 메모리 부족으로 인해 시작프로그램을 줄인다던지(autoexec.bat), 게임 세이브파일이나 메모리를 패치하는 등 재밌게 잘 썼다. 물론 나중엔 나우누리, 워크래프트2, 스타크래프트에도 혹사되고 처음으로 내손으로 부품도 갈아보았다. 무려 1MB짜리 음원을 나우누리에서 받아 재생하는데 엄청 힘겹게 재생했던.. 추억의 컴퓨터. 그 때 틀었던 1MB짜리 음원은 조pd의 'break free'.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컴퓨터는, 군 제대 후 복학할 때 부모님께서 사주신 컴퓨터인데, 다나와에서 짧은 지식으로 엄청 검색한 뒤 아버지께 입금을 부탁드려 산 조립컴퓨터이다. 이전에 부모님께서 컴퓨터를 사주실 땐 '아싸 컴퓨터~' 이런 심정이었음에 반해, 제대 후 이 컴퓨터를 살 때는 정말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컸다. 아버지께서 시작하신 사업이 잘 안되어서 느끼고 계신 심적부담을 느끼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아직도 기억한다. 컴퓨터가 집에 도착해서, 조립을 마치고 아버지 차에 컴퓨터를 싣고 함께 기숙사로 왔다. 책상에 컴퓨터를 설치할 때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심리가 반영된 시선일 수도 있지만 아버지의 마음속에서 뿌듯함이 넘쳐나 나에게도 밀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나도 조금 이해한다. 내가 선물한 옷과 장난감 때문에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세상에 이런 행복감이 없다.  받은 아이들보다 내가 훨씬 더 행복한..  그 때도 아버지는 내가 컴퓨터를 설치하는 모습을 보시며, 나보다 더 행복해 하셨을까?

아버지 어머니에게 뭘 선물해 드리면 그 때 내가 받았던 것들을 되갚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딱 한 가지 있다. 그리고 이미 드렸다. 그건 바로.. 손주들.ㅋㅋ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입으로 말 못하는 쑥스러운 아들이지만 정말 사랑합니다.




2020년 2월 12일 수요일

민재의 밤

어젯밤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책을 읽어준 뒤 아이들을 재워주려 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아빠와 자라며 집안일을 했고, 늘 그렇듯 민재는 중간에 엄마를 찾아 마루로 나갔다. 아내는 민재에게 다소 엄하게 말을 했고 삐진 민재는 누운 채로 '엄마 미워'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밉다고 하면서도 너무 보고 싶었는지 안방 문고리를 잡더니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독백을 시작했다.

    엄마 아직도 화났을까? 엄마가 옆에 누웠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세게 말할 것 같아(혼낼 것 같다는 뜻).

너무 귀여워서 내가 "아빠랑 안고 가서 말해볼까?" 라 물었고, 고개를 끄덕인 민재를 안고 아내에게 가니 민재는 '엄마 미워'를 중얼거리며 엄마에게 안겼다.

ㅋㅋㅋ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녹화되었으면 좋겠다.

2019년 8월 26일 월요일

밤9시의 전화


9PM, 회사에서 일하는데 은재가 전화해서
"여보 어디세요~ 빨리 오세요 보고싶어요~"  
라고 하는데 귀여워서 심장마비 오는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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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8일 금요일

오늘의 남매


형제자매가 늘 그렇듯 은재와 민재도 요새 자주 싸운다. 사실 나는 출근때문에 오후에 싸우는 모습은 못보고 아침에 보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이 그랬다. 내가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싸우는 방식이 사뭇 다른데 (수정이가 몰래 녹음해서 들려줬다), 내가 있는 오늘 아침같은 경우 나를 향해 울며 상대를 혼내주길 기대한다.

아침에 내가 일어나 아이들에게 줄 우동을 끓이고 있는데, 민재가 잉 울기 시작했다. 소파에 은재민재가 일렬로 누워있는 상태였는데 민재 머리를 은재가 발로 찼다는 것.

사실 은재 민재중 상대에게 사과를 많이 하는 쪽은 민재이다. 민재가 이미 힘도 세고 조절은 안돼서 누나를 밀거나 때리는 일도 많기 때문. 은재가 상대를 때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민재가 혼나기도 많이 혼나서 민재는 사과를 하는 경험을 많이 했으나 은재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다.

이번엔 은재가 실수로 민재 머리를 후드려 깠으므로( ;;; ) 은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은재는 몇 번의 못들은 척 후 끝내 미안하다고 하며 장난을 걸었다 -- 자세히 묘사하자면 "미안해 똥꼬!"라고 하는 것이다 -- .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사과하며 장난치는 것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굴욕적인 사과가 싫은 것이다. 또한 무서운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함이다.

둘이 다시 하하호호 놀다가 이번엔 민재가 아이패드를 은재위로 떨어뜨렸다. 물론 높은 곳에선 아니고, 은재가 놀라긴 했으나 다칠 정도는 아닌 수준. 은재는 와앙 울기 시작했고, 난 똑같이 민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민재가 잘못한 뒤 사과 않고 고집 부릴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민재는 얼굴을 돌리며 사과를 거부했고, 내가 "미안하다고 해야지?" 라고 부드럽게 설득하던 와중에, 민재가 은재 손을 밟아버렸다. 은재는 또 와앙 울기 시작했고, 나는 이번엔 강한 어조로 민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랬더니 민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아악! 하고 소리를 내지르고 계속 우는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폭발하는 것 같은, 나는 처음 보는 울음이었다. 그렇게 억울했을까...

거실에 두 아이의 울음이 울려퍼지고...

나는 처음 보는 상황이었으므로 일단 둘 다 혼내주었다. 은재야 그렇게 울 정도로 아픈 일 아니야. 민재야 잘못했으면 누나한테 사과해야지.

둘 다 들은척도 안하고 우는 와중에 체고존엄 수정이가 나와 둘을 달래주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울음화재는 8초만에 진압되었다.

둘은 다시 우동을 먹으며 웃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의 실패한 싸움 진압은 수정이에 의해 수습되었다.



내가 없을 때의 둘의 싸움은 굉장히 논리적이다. 문제는 민재가 은재보다 두 살 어려 말빨이 후달린다는 것이다. 은재가 '나는 열도 나고 아픈데 너는 왜 누나한테 이렇게 해' 라며 하나하나 따질 때, 말을 누나처럼 잘하고 싶은 민재가 할 수 있는 것은, 누나 말을 따라하는 것이다. 민재가 같은 나이일 때의 은재보다 말을 훨씬 잘하지만, 진검승부에서는 언제나 현재 기준 아니겠는가?

두 아이가 서로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참 안쓰럽다. 은재는 한창 아가일 때 동생이 태어났고, 민재는 은재가 혼자 받았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고. 물론 대부분의 시간은 둘이 잘 지낸다.

얼른 휴가가서 놀아주고 싶다. 물론 막상 놀아주는 시간엔 금방 지치지만.

2019년 6월 21일 금요일

Marie Digby - Spell





정말정말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대학 시절 즐겨보던 미드 Smallville에서 처음 들었는데, 이 곡이 나오는 장면은 아래


Smallville은 슈퍼맨 Clark Kent의 어린 시절이 배경인 시리즈인데 스토리는 정말 단순하다. ㅎㅎ 슈퍼맨 팬이라면 즐거울 장면이 많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남주여주가 정말 멋있고 예쁘다. OST 선곡도 정말 잘해서 좋은 노래가 많이 나온다.

간만에 Spell을 듣고 기분좋아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