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3일 수요일

신뢰의 체스

 

요새 은재와 민재가 같이 체스를 자주 둔다.

플레이어의 킹은 상대방이 공격가능한 곳으로 (당연히) 이동하지 못하는데, 은재민재는 서로 공격 가능한 곳으로 킹을 옮기길래 

내가 '킹 이것때문에 못가는거 아냐?' 하고 물어보니 공격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단다;;

즉 이동 전 '내 킹이 이쪽으로 갈테니 공격하지 말아줄래?' 라고 협상을 하며 게임을 하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상대방은 약속을 지키고 킹을 공격 안한다.

그러면서도 참 재밌게 체스를 하는데 너무 보기 좋네.. 물론 게임은 엉망진창이 되지만

2021년 2월 15일 월요일

민재의 웃음소리

은재도 웃음이 많지만 민재는 정말 웃음이 많다.

은재는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눈만 마주치면 방긋 웃는 천사였다.

민재는 조금만 웃겨주면 숨도 못쉬고 웃어제낀다. 개그퍼포먼스는 주로 은재가 담당하고, 민재는 뒹굴며 웃다가 어느 순간 '배아파ㅠㅠ' 하고 울며 그만하라고 하는게 일상이다.
특히 민재의 웃음소리는 CF에 써야겠다 싶을 정도로 완벽하고 아름답다. 그 웃음소리만 들어도 키득키득 웃게 되는 그런 웃음 소리..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행복한 일상.....

2021년 2월 4일 목요일

아이들의 새로운 어휘

은재가 사람은 하품은 왜하는거냐고 물어봐서

난 이과 아빠 답게 산소/이산화탄소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그랬더니 은재가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러는게 아닌가 ㅋㅋㅋㅋ 이거 왜이렇게 귀엽지 ㅋㅋㅋ

오늘 처음으로 체스를 가르쳐줬는데, 룰 설명할 때 민재도 똑같이 말했다.ㅋㅋ 그래도 은재는 8살이라고 빠르게 습득하더라.



밤마다 자려고 마주보고 누우면 은재는 이런 저런 질문을 한다.

하품은 왜하는거야?

물건은 살아있는거야?

아빠는 살아있어서 기뻐? (???)

아이들이 다시 유치원에 가면서 평일에 아이들이 나와 놀 수 있는 시간은 저녁식사 후 잠들기 전 밖에 없다.

재우고 나면 언제나 미안해진다. 더 놀아줄 걸 그랬나 하고...

경제적 자유가 필요해 ㅠㅠ 

2020년 10월 25일 일요일

은재의 밤


은재: 내일 유치원 가기 싫어

나:   왜 가기 싫어? 친구들 보고싶지 않아?

은재: 숙제하기 싫어

나:   숙제 금방 하잖아 내일 아빠가 같이 해줄께

은재: 내숙젠데?

나:   아빠가 옆에서 응원하면 금방 하잖아?

은재: 맨날맨날 해줄꺼야?

나:   응 맨날맨날

은재: 영원히? 은재 할머니돼도?

나:   응 은재 할머니 돼도

은재: 은재 왕할머니 돼도?

나:   응 은재 왕할머니 돼도 숙제 같이 해줄꺼야

은재: 근데 은재 왕할머니 되면 아빠 죽잖아?

나:   ㅋㅋㅋㅋ어떻게 알았어?

은재: (울먹)은재 왕할머니 돼도 (울먹) 아빠 안죽었으면 좋겠어 (울음)

나:   은재야 걱정하지마 아빠 영원히 안죽을꺼야 (안아줌)


2020년 9월 29일 화요일

은재의 첫 치과치료

 은재가 오늘 첫 치과 치료를 받았다.

눈물은 그렁그렁 했지만 치료가 끝날 때까지 속박의자 안에서 울지않고 주먹만 꼭 쥐고 있었다.

천정 스크린을 보고 있는 은재에게 아빠 여기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발치에서 발을 계속 어루만져주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아이고 ㅠㅠ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20년 8월 23일 일요일

주인공

내 옆에 꼭 붙어 두 손을 베고 잠든 너

네가 이 세상으로 와 내 품에 안기던 그 날 아침은

이 세상의 주인공이 나에서 너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빠가 사준 인형"을 항상 안고 자는 네가

더이상 나에게 놀아달라고 하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화면이 항상 주인공을 비추듯 널 바라볼거야

처음 널 바라보던 그 날 아침, 나를 부숴버린 그 힘으로

세상의 맞바람을 밀어 내고 나아갈거야


2020년 6월 16일 화요일

아버지와 컴퓨터



부모님께서 처음 내게 사주신 컴퓨터는 1990년 초등학교 4학년 때 받은 컴퓨터이다.  브랜드는 기억 안나고 16비트 MS-DOS 운영체제였다. 컴퓨터학원에서 GW-Basic 언어로 도형그리기 같은걸 배웠고, 소리내는 함수 이용법도 배웠던 기억이 난다. 소리 기능을 이용해 엄마가 좋아하시는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의 멜로디를 짜서 들려드렸고,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멜로디만 있는 단순 8비트 사운드였지만 얼마나 칭찬을 해주시던지, 또 칭찬은 어찌나 기억에 잘 남는지!

물론 나중엔 이 컴퓨터로 이 게임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다음으로 부모님이 사주신 컴퓨터는 아마 1996년(고1) 정도였던 것 같다. 브랜드는 삼보였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고, 검은색 외관을 가진, 펜티엄1을 단 기기였다. 운영체제는 Win95와 MS-DOS를 오가며 사용했고, 메모리 부족으로 인해 시작프로그램을 줄인다던지(autoexec.bat), 게임 세이브파일이나 메모리를 패치하는 등 재밌게 잘 썼다. 물론 나중엔 나우누리, 워크래프트2, 스타크래프트에도 혹사되고 처음으로 내손으로 부품도 갈아보았다. 무려 1MB짜리 음원을 나우누리에서 받아 재생하는데 엄청 힘겹게 재생했던.. 추억의 컴퓨터. 그 때 틀었던 1MB짜리 음원은 조pd의 'break free'.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컴퓨터는, 군 제대 후 복학할 때 부모님께서 사주신 컴퓨터인데, 다나와에서 짧은 지식으로 엄청 검색한 뒤 아버지께 입금을 부탁드려 산 조립컴퓨터이다. 이전에 부모님께서 컴퓨터를 사주실 땐 '아싸 컴퓨터~' 이런 심정이었음에 반해, 제대 후 이 컴퓨터를 살 때는 정말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컸다. 아버지께서 시작하신 사업이 잘 안되어서 느끼고 계신 심적부담을 느끼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아직도 기억한다. 컴퓨터가 집에 도착해서, 조립을 마치고 아버지 차에 컴퓨터를 싣고 함께 기숙사로 왔다. 책상에 컴퓨터를 설치할 때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심리가 반영된 시선일 수도 있지만 아버지의 마음속에서 뿌듯함이 넘쳐나 나에게도 밀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나도 조금 이해한다. 내가 선물한 옷과 장난감 때문에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세상에 이런 행복감이 없다.  받은 아이들보다 내가 훨씬 더 행복한..  그 때도 아버지는 내가 컴퓨터를 설치하는 모습을 보시며, 나보다 더 행복해 하셨을까?

아버지 어머니에게 뭘 선물해 드리면 그 때 내가 받았던 것들을 되갚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딱 한 가지 있다. 그리고 이미 드렸다. 그건 바로.. 손주들.ㅋㅋ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입으로 말 못하는 쑥스러운 아들이지만 정말 사랑합니다.